열왕기상 6장
[하나님이 거하실 집, 성전 건축의 정점에 서다]
– 열왕기상 6장 성경 묵상과 해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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솔로몬이 하나님께 드릴 성전을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하는 장이 바로 열왕기상 6장입니다.
그동안 다윗이 꿈꾸기만 했던 성전, 이스라엘 백성의 오랜 기도와 바람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지요.
하나님이 거하실 집이 어떤 모습이었고,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었는지, 이 장을 통해 깊이 살펴보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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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전 건축의 시작,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(1절)
“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지 사백팔십 년이요, 솔로몬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넷째 해 시브월 곧 둘째 달에… 성전 건축을 시작하니라” (열왕기상 6:1, 개역개정)
성전 건축이 시작된 해는 단순한 연대 기록이 아닙니다. 출애굽 480년이라는 이 숫자는,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상기시키는 신앙의 타임라인이에요.
하나님은 단지 공간을 짓게 하신 것이 아니라, 자신이 백성과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의 실현으로 성전 건축을 허락하신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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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전의 구조와 세밀함 속에 담긴 영적 의미 (2~10절)
성전은 길이 60규빗(약 27m), 너비 20규빗(약 9m), 높이 30규빗(약 13.5m)의 꽤 큰 규모였습니다. 내부는 두 공간으로 나뉘었죠.
성소(일반 제사장 출입 가능)
지성소(오직 대제사장이 1년에 한 번, 대속죄일에만 들어갈 수 있음)
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7절입니다.
> “성전을 건축할 때에는 돌을 뜨는 곳에서 돌을 다듬고 가져다가 건축하였으므로, 건축하는 동안에 성전 속에서는 망치나 도끼나 모든 철 연장의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였으며”
(열왕기상 6:7, 개역개정)
성전 안에서는 소란스러움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.
이것은 단지 건축 기술의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. 하나님 앞에서의 태도, 그분의 거처를 준비하는 경건함과 조용한 순종을 강조하는 상징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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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나님의 말씀: 순종을 기반으로 거하심 (11~13절)
성전이 아무리 화려하고 정교해도, 하나님은 ‘건물 자체’에 감동하시지 않습니다.
하나님은 솔로몬에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.
> “네가 만일 내 율례를 따르며 내 법도를 행하며 내 모든 계명을 지켜 그대로 행하면 내가 내 말한 대로 너와 함께 거하리라”
(열왕기상 6:12, 개역개정)
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순종입니다.
성전은 그분의 임재를 담는 그릇일 뿐, 하나님의 백성이 말씀에 따라 살아갈 때 비로소 그 안에 하나님이 거하시는 것이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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황금으로 꾸민 성전, 하지만 진짜 금은 ‘마음’ (14~38절)
솔로몬은 성전을 백향목과 감람나무, 정금으로 꾸밉니다. 내부 벽은 모두 금으로 덮였고, 그룹(천사 형상)과 종려나무 문양으로 장식됐어요.
지성소 안에는 금으로 입힌 두 그룹이 날개를 펴고 성전을 덮고 있었고,
바닥까지도 정금으로 도배한 이 성전은, 고대 세계 어느 신전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.
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사치나 자랑이 아니라,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한 존경과 경외로 해석해야 합니다.
Gleason L. Archer는 그의 저서 A Survey of Old Testament Introduction에서 말합니다:
> “솔로몬의 성전은 단순한 예배 장소가 아닌, 하나님이 계시고,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뿌리내린 거룩한 중심이었다.”
(Gleason L. Archer, 2007, Moody Publishers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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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삶에 적용하기
하나님은 외형보다 중심을 보십니다.
성전의 금보다 순종의 진심을 더 기뻐하십니다.
우리는 하나님의 성전입니다.
고린도전서 3:16은 이렇게 말하죠.
“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?”
거룩함은 일상의 조용함 속에서 만들어집니다.
성전 건축 중 망치 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것처럼, 하나님과의 동행은 조용히 준비된 경건함 속에서 깊어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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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마무리하며>
솔로몬의 성전은 분명 아름답고 위대했습니다. 하지만 하나님이 진정 바라신 것은, 금으로 입힌 성벽이 아니라 순종으로 빛나는 마음이었습니다.
우리도 오늘, 크고 화려한 무엇이 아니라 작은 순종 한 걸음으로 하나님께 가까이 가기를 바랍니다.